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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색에 잠기고픈 날 도심속 포구기행

푸른얼음 2008. 7. 21. 23:06
사색에 잠기고픈 날 도심속 포구기행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것이 처음 발을 딛는 곳이 부두이다.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부두가 보인다. 편리함을 쫓는 가벼운 마음이라면 부두 입구에서부터 힘이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비가 부슬부슬 내려 마음이 촉촉하게 가라앉거나, 문득 삶을 돌아보며 사색에 잠기고픈 날이라면 누구라도 가 볼 만한 곳이 바로 부두다.


인천하면 크고 작은 배들이 북적대는 연안부두만 떠올리기 쉽상이다. 하지만 예전 생선을 가득 실은 배들로 북적이던, 사람냄새와 비린내가 뒤범벅이던 공판장과 어시장이 성황을 이루던 부두가 있다. 지금은 쇠락한, 그래서 ‘부두’라는 이름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곳. 망둥이 몇 마리로 한가로이 시간을 낚는 이들도 띄엄띄엄 보인다. 부두를 따라 뭍 쪽으로 아직 일본식의 가옥들과 판잣집, 쪽방들이 일부 남아있어 과거 개항후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몰려 살게된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다.




# 화수부두


대형 화물차들이 쌩쌩 다니는 큰 길가에 입구가 있어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것이 편하다. 외지인이라면 경인선 전철 1호선을 타고 인천역에서 내려 만석고가를 지나 두산인프라와 동부제강 사잇길을 찾으면 부두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5분 정도 걸어들어가면 화수부두가 나온다. 공판장과 어시장이 매우 컸던 곳이다. 1970년대에는 조기를 가득 실은 배들이 부두에 서로 배를 대기 위해 다툼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주변이 매립돼 큰 배들은 들어오기 힘들고 그나마 작은 고깃배들도 거의 없고 공장지대로 둘러싸인 선착장만이 간신히 붙어 있다.


아직도 배를 고치는 철공소들이 있는데 화수부두가 번창했을 때부터 있었던 ‘한성닻’ 철공소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변 철강공장의 매립으로 부두가 좁아지면서 그 옛날 창고에서 배로 직접 화물을 날랐던 곡물운송통로만이 그림처럼 낮은 하늘에 걸려 있다.


몇 년 째 지역작가들이 화수부두를 살려보겠다고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그때 내 건 팔랑개비들이 해풍에 하염없이 돌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바다는 사람을 먹여 살렸고 인천의 부두는 인천을 먹여 살렸다.



# 만석부두


입구에 차를 세우고 표지판을 보고 걸어들어 간다. 화수부두와 마찬가지로 공장에 둘러싸여 있다. 해체된 노후 선박들과 수리되는 배들도 손쉽게 볼 수 있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1985년 영종도와 작약도로 가는 배 선착장이 월미도와 연안부두로 옮겨가면서 부두의 번성기가 끝이 났다. 굴 따는 철이 되면 하얀 굴 껍질들로 수북이 덥힌 도로는 몇 층인지 가능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낚시꾼들에게 낚시 배를 빌려주며 부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만석부두에서 조개를 캐러 나가던 사람들이나 낚시꾼들만이 만석부두 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예전처럼 새벽부터 북적대진 않지만 아직도 낚시용품을 파는 상점들은 꾸준히 문을 열어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 북성부두


인천역 뒷편 대한제분 공장을 찾아 작은 골목을 돌아가면 ‘북성부두 선착장 입구’라는 작은 팻말이 보인다. 주의를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대한제분 담벼락을 끼고 10여m 들어가면(담벼락을 따라 횟집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호수가 늘어져 있다) 왼쪽으로 너댓평 크기의 횟집 1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오른쪽 바다쪽 개펄에는 배가 몇 척이 걸려있다. 배가 들어 올 때면 어찌도 그리 잘 아는지 쭈꾸미, 꽃게, 가재, 꼴뚜기, 새우, 망둥이를 사러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 때는 배에서 직접 생선을 살 수도 있다.


선착장은 두 사람이 겨우 어깨를 부딛치며 걸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좁다. 그래도 김장철엔 어김없이 새우젓 사는 사람들로 꽉 찬다. ‘김장철에 북성부두에서 새우젓을 사면 인천토박이고, 소래서 새우젓을 사면 외지인’이란 옛 소문 때문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풋풋한 인간관계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인지라 차라리 비좁은 공간에 끌리는 것인지, 요즘도 사람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비오는 날, 횟집 함석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쇠락한 부두는 제법 잘 어울린다. 평소에도 횟집 몇 개는 항상 열려 있다.자료=인천의제21 관광개발단

정리=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한걸음더

강화도 북쪽 끝은 갈매기 울음조차 조용하다. 섬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지친 나그네의 여정을 가로 막는다.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포구에서 유배의 섬 교동도를 오가는 카페리의 스크루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포구위에 있는 무태돈대(인천시 문화재자료 제18호) 석축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니 아련하게 해조음이 들린다. 물이 들어온다. 소리없이 스며드는 서해의 해조음에는 바다의 침묵이 실려온다. 북쪽 땅 임진강에서 내려온 물이 그 침물을 더한다. 진달래가 피면 포구는 물고기 한 어종 때문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황복’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탓이다. 황복 덕분에 창후리포구에는 서해횟집 등 크고 작은 횟집이 들어서며 ‘황복회마을’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황복회를 먹은 후 포구 앞에 있는 ‘마라쓴물 칼슘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황제가 무에 부러울쏘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황산도는 마치 강화도에 젖물인 아이같은 섬이다. 초지대교 왼편, 염하바다에 접한 황산도포구는 영화세트같이 생긴 작은 포구다. 탁자 두서너개가 놓여 있는 조그만 횟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판장은 동네 가게처럼 친근감을 물씬 풍긴다. 어판장 가운데로 난 좁은 길에는 갖가지 횟감과 건어물들이 좌판에 진열돼 있어 포구의 정감을 한층 더 느끼게 한다.



출처 : 형과니의삶
글쓴이 : alz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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