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esk 98

비/서머셋 모옴

푸른얼음 2007. 1. 4. 14:06
 

1998년 x월 x일



                   Somerset Maugham 의

                     [RAIN]


써머셋 모옴의 [비]를 읽게 된 것은 Y교수님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나는 그때,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사람 둘이 우연히 마주친 장소에서 하나는 죽임을 당하고 하나는 죽이는 자가 되어버린 소설을 습작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이 [비]라는 작품에서 묘사된 기후와 사람의 심리상태를 참조해보라고 하셨다.

그러나 실은 스승님이나 나나 모옴의 작품에 매료되는 취향은 아니다. 모옴의 작품엔 Surprise Ending이 많다는 것이 이유중의 하나다. 나(우리?)는 Storytelling보다는 Atmosphere에 더 끌리는 취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다시 이 작품에서 참조할 꺼리를 발견했다. 바로 ‘인간이 인간의 영혼을 구제할 능력이 있는가’하는 명제이다.

비슷한 주제를 두고 쓴 국내작가들을 작품들을 만나 본 기억은 있지만 모옴의 이 작품이 보다 함축적이고 함의적인 면에서 빼어난 기교를 발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의 소명의식에 투철한 데이비드슨 목사와 천박한데다가 건방지기 까지한 창녀와의 한판 싸움, 그리고 욕망의 변주곡처럼 쏟아지던 비...

작품을 몇 줄 옮겨본다면-

- 선교사의 기도는 잔인스러울 만큼 열렬했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감동하여 말을 하자 눈물이 볼 위로 흘러내렸다. 밖에서는 사정없는 비가 너무나도 인간적인 맹렬한 악의를 품고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커다란 자비가 나에게 하사되었오. 지난 밤 나는 타락한 영혼을 예수의 자비로운 품속으로 인도하는 특권을 누렸오.

- 그녀는 피비린내 나는 우상숭배의 야만적 의식을 위해 준비되고 있는 희생물 같았다. 공포가 그녀를 마비시켰다.

얼핏 영혼과 육신의 싸움 같았던 이 한판 싸움은 창녀의 승리로 돌아갔다. 목사에게 감화되어 영혼이 구제 받을 상태에 이른 창녀에게 목사가 한 짓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마지막에서 내뱉은 창녀의 말이 그것을 시사한다.

-“남자놈들! 더럽고 치사한 돼지새끼들! 너희 남자놈들은 모두 똑같아. 돼지새끼들! 돼지 새끼들이란 말이야!”

맥페일 의사는 숨이 막혔다. 그는 이해했던 것이다.